![[단상]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내가 하나카드를 해지하고 국민카드를 사용하는 이유 1 kb hana card](https://www.thebotong.com/wp-content/uploads/2026/02/kb-hana-card.jpg)
“띠롱~” 새벽 4시. 핸드폰의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알람 맞춰놓은 적 없는데~’, 자리에 누운 채 눈을 비비며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하나카드에서 카드결제 대금을 출금한 거였다.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국민카드만 사용해 오다가 하나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한 것이 지난달이었다. 동네에 있던 국민은행이 이웃의 다른 지점과 합치면서 없어진 것이 계기였다.
평소 국민은행에 가보면 늘 사람이 많아서 대기시간이 길었다.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딱히 어디가 좋다 하는 것은 없었다. 그저 예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이용했던 익숙한 은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긴 어지간한 일은 모바일로 처리하니 방문할 일이 없기도 했다.
그래도 은행에 자주 가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갈 일이 생기긴 했는데 다니던 은행이 없어져 옆 동네까지 갈려니 불편하긴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없어진 국민은행 옆에 있던 하나은행에 눈길이 갔다. 왔다 갔다 하며 봤을 때 한산해 보이던 은행이었다.
문제의 하나카드를 만들었던 날. 새롭게 거래를 틀까 하고 하나은행에 갔더니 은행직원들이 국민은행과는 달리 상냥하게 맞아주었다. 대기시간도 그리 길지도 않았고, 직원들도 친절해서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일을 보고 나오려는데 나를 응대했던 직원이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했다. 약간만 사용하면 연회비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신청서류를 내밀었다.
‘오랫동안 사용하던 카드가 있는데…’
크게 내키진 않았으나 직원의 친절한 얼굴을 보니 차마 거절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 국민카드나 하나카드나 뭐가 크게 다르겠어. 하나 만들지 뭐.” 그렇게 생각하고 서류를 작성했다.
나는 평소 신용카드 사용을 ‘빚’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신용카드 사용을 무척 소극적으로 한다. ‘빚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라는 말이 옛말이라고는 하지만, 소를 잘못 먹어 곤욕을 치르는 이를 여럿 봤기 때문에 빚지는 것이 무엇보다 무섭다.
하여간 그렇게 카드를 만들어만 놓고는 계속 사용하지 않다가 치과에 갔다가 사용해봤다. 카드를 권했던 직원이 가끔 사용해줘야 여러 혜택을 볼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용하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오늘 카드 결제대금을 빼가는 알람 때문에 하나카드 기억이 났다.
“거참, 사람들이 완전 빚쟁이 취급이네, 누가 떼먹는다고 이 꼭두새벽부터 돈을 빼가누”
새벽엔 비몽사몽이었는데, 아침에 정신이 들고 보니 괜히 마음이 언짢아졌다. 멀쩡한 사람 빚쟁이 취급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들의 친절했던 응대가 가식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국민카드는 언제나 저녁 시간에 결제대금을 빼갔는데 새벽부터 빼가다니, 고객을 잠재적인 ‘빚쟁이’로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푼도 손해 보지 않겠다’라는 하나카드와 ‘손해가 날 수도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라는 국민카드의 운영방침이 비교되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 말은 겉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작은 부분을 간과하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압축적으로 알려주는 말이다. 하나카드의 행위를 생각하니 바로 떠오른 문장이다. 혹여 한 푼이라도 손해가 날까 새벽부터 돈을 빼가다니 소탐대실이 이런 경우인가 싶다.
“God is in the detail”
“신은 디테일에 있다“
이 말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의 원래 뿌리이다. ‘악마’와 ‘신’의 차이인데 둘 다 작은 부분의 일처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작은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화’나 ‘복’으로 돌아온다는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 재미있는 말이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고객의 마음을 헤아린 국민카드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도꾸이とくい’라는 말이 있다. 일본말인데, 우리말로는 단골이라는 뜻이다. 몇 년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밀고 적어도 20~30년은 거래해야 겨우 될까 말까 하는 관계가 도꾸이다. 그러니까 ‘믿음’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관계이다. 우리가 말하는 단골은 자주 거래하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관계이지만, 도꾸이는 거래한 기간이 길어야 하는 데다 믿음까지 더해져야 가능하다. 그런데 이 도꾸이는 되기가 힘들지 되고 나면 그리 편할 수 없다.
주인으로서는 고정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니 좋고, 손님으로서는 돈이 없어도 외상이 가능하니 눈치 안 보여서 좋다.
고객을 대할 때 하나카드는 카드값을 떼먹을 수도 있는 잠재적인 빚쟁이로, 국민카드는 몇십 년 거래할 도꾸이로 여긴 것이라는 결론이 났다.
“내가 내 돈을 쓰면서까지 이런 대우를 받을 필요는 없지”
그렇지 않아도 원해서 만든 카드가 아니었는데 이참에 없애야겠다 생각하고 바로 앱으로 들어가 해지 버튼을 눌렀다. 새벽잠을 설친 복수를 한듯하여 후련한 생각이 들었다.
글 · 보통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