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다리 고기다리’ 혹은 그 확장형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데이트’
어디선가 봤음직한 이 문장, 이 말이 무슨 말인가 갸우뚱할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이래서 한글이 어렵다. 사실 쉬운데 어렵게 느끼는 것이다.
한글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같기도’와 ‘띄어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같기도란 발음은 같은데 표기가 다른 것, 예를 들어 로서/로써, 너머/넘어 이런 것들이다. 이것 같기도 하고 저것 같기도 하고 해서 같기도라고 이름을 붙여봤다. 예전 개그 코너 가운데 ‘같기도’가 있었다.
같기도와 같은 류는 그저 독서를 통해 문장을 보는 안목을 기르거나 발달한 인터넷의 도움을 얻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헷갈리는 것이 한둘이면 어떻게 설명하겠지만 워낙 많으니 별 도리가 없다.
또 하나 한글을 어렵다고 느끼게 만드는 요인은 띄어쓰기다. 그럴 것 같지 않아도 은근히 어려운 것이 띄어쓰기가 아닐까 싶다. 내가 어려우면 남들도 어려운 거다. 난 띄어쓰기가 참 어렵다. 평생을 띄어쓰기 때문에 고통을 받다 보니 나름대로 띄어쓰기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다. 나의 방법이 백 프로 맞다고 장담은 못한다. 그저 나만의 방법인데 맞춤법 검사를 돌려보면 적중률이 꽤 높았다.
맞춤법은 법이라도 헌법·형법·민법 같은 법전에서 찾으면 안되고 ‘국립국어원’에서 찾아야 한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 한글 맞춤법을 찾아보면 띄어쓰기는 제5장에 있다. 41항부터 50항까지 10개 항으로 되어 있고, 이를 4개 절로 분류해 두었다. 차례대로 “조사/ 의존명사,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 및 열거하는 말 등/ 보조용언/ 고유명사 및 전문용어”이다.
읽어보면 이해는 되지만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다만’이라고 해서 예외적으로 허용한 표현들이 조금 있다. 뒤늦게 국어 문법을 배울 수 없으니 국립국어원이나 한글 맞춤법이니 하는 것들은 잊어버리자.
호흡에 맞춰 적어라
앞에 “아기다리 고기다리”라는 말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와 함께 잘못된 띄어쓰기의 예를 들 때 표본처럼 등장하는 문장이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데이트’가 띄어쓰기를 잘못해서 ‘아기다리 고기다리’가 되어버렸다.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셔야 하는데 호흡을 무시해서 가방에 들어 가셨다.
문장을 적어 놓고 소리 내어 읽어보면 왠지 끊고 싶은 곳이 있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끊어라. 끊는 것은 바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둑을 둘 때 끊어야 할 때 안 끊고 들여다보다 이어주는 바람에 대마 다 때려죽이고 망하는 것 많이 봤다. 독서를 많이 하면 문장들이 눈에 익어 쉽게 끊어야 할 곳을 찾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호흡으로 끊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한글이 우수한 문자인 것은 소리 나는 대로 표기가 가능하다는 점이고, 이는 말이나 글이나 같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아기다리’나 ‘아버지가방’을 생각하면 쉽다. 호흡대로 적으면 거의 맞다.
고유명사와 전문용어는 그냥 붙여라
각각의 낱말은 띄어 쓴다. 이건 누구나 아는 건데 낱말 두 개가 붙어 있다면 헷갈린다. 예를 들어 ‘서울시청’ 이란 말은 [서울+시청]이므로 띄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고유명사이므로 붙이더라도 무방하다. 나도 기분에 따라 붙이기도 하고 끊기도 하는데 대개 그냥 붙이는 편이다.
‘필요조건’이라는 말이 있다고 하자, 이는 [필요+조건]이다. 법대로 하면 사이에 끊어야 하지만 필요조건이란 말은 수학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이므로 끊지 않아도 큰 문제는 아니다.
숫자는 만 단위에서 끊어라
맞춤법에 나와서가 아니라 만 단위로 끊는 것이 호흡에도 잘 어울린다. 999,999라는 숫자가 있다고 하자, 한글로 [구십구만 구천구백구십구]라고 표기할 수 있다. 만 단위에서 한번 끊은 것이다. 그 편이 호흡이 편하다.
한류가 외국에서 인기라고 한다. 앞에 K를 붙여 K팝, K드라마, K뷰티 등으로 표현하던데 우리의 한글도 손색 없는 자랑거리가 아닐까 싶다. 전 세계 언어 가운데 유일하게 창제자와 사용법까지 알려져 있는 문자가 우리의 한글이다.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 · 보통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