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이 시대의 문법, 과도한 말 줄임과 신조어에 대하여 1 "행운행운 하세요~" 맥도날드 CF 중에서](https://www.thebotong.com/wp-content/uploads/2026/01/happy.jpg)
오래전 어느 겨울에 있었던 일이다. TV를 보는데 웬 꼬마가 나와서 “새해 행운행운 하세요”라고 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내가 고루해서인지 꼬마의 ‘행운행운’ 하라는 대사가 목에 생선가시가 걸린 것처럼 불편했다. ‘행복하세요’가 아니라 ‘행운 하세요’라니 이게 어느 나라 문법이란 말인가. 확인해 보니 맥도날드 CF라고 한다. 딸에게 “저 말이 맞는 말이야?” 물었더니, 뭘 그만한 일로 예민하게 구냐는 듯이 “요샌 그렇게도 사용하는 모양이지” 했다.
SNS 시대라고 하기에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어서 비활동적인 사람에겐 세상을 보는 창으로는 안성맞춤이다. 한동안 꽤나 열심히 페이스북을 했다. 그러다 사람들이 말 뒤에 ‘요’를 붙여 억지로 높임말을 만드는 현상을 발견했다. “참 이쁘다요”나 “참 멋있다요” 같은 말인데 어느 탈북민이 그런 말을 사용하는 것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북쪽의 어느 지역에서 사용하는 사투리인가 보다 했는데, 그런 사람이 한 둘이 아닌 것을 보면 일부러 사투리 흉내를 내느라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페이스북은 전국의 사람들이 다양한 글을 올린다. 그러다 보니 지역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사용되기도 한다. 말들이 이리 섞이고 저리 섞이고 하다가 사투리가 아닌 새로운 문법도 생겨난다. “~ 하는 걸로”처럼 글을 마치지 않고 마무리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다. “~ 하겠다”라고 하는 건지 “~ 하자”는 건지 불분명하지만 뜻은 전달되니 의사전달에는 문제가 없다. 그저 글을 보는 입장에서 조금 불편할 뿐이었다.
며칠 전엔 이름을 대면 알만한 매체에서 ‘국중박’이란 말을 기사의 타이틀로 뽑아서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 <외국인들 줄서서 본다더니… ‘국중박’ 결국 일냈다>, , <이래서 국중박, 국중박 하는군요!> 같은 기사 제목인데 보는 눈을 의심했다. 알고 보니 ‘국중박’은 ‘국립중앙박물관’이라고 한다. 또 딸에게 물었다. “저렇게 줄여도 되는 거야?” 그러자 딸은 “그게 어때서”라고 대답했다. 아마 익숙한 표현이 아니어서 나만 어색하게 느꼈나 보다. 하긴 국정원, 국수본 등도 있는데 ‘국중박’만 안된다고 하려니 뭔가 궁색하긴 했다.
앞서 꼬마 이야기로 돌아가서, 행운은 명사로써 ‘좋은 운수’ 또는 ‘행복한 운수’라는 뜻이다. 행운 뒤에는 “행운을 빌다, 행운이 따르다, 행운이 오다, 행운을 기원하다”처럼, ‘을’, ‘이’와 같이 조사를 사용해야 자연스럽다. 같은 명사라도 행복은 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하세요’를 붙이는데, 발음이 더 편하다. 경쟁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눈에 뜨이려고 “새해 행운행운 하세요”라는 카피를 뽑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이해는 되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야 하니 이해하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이것이 이 시대의 문법이다. 대충 눈치로 그 뜻을 헤아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문명인 자격이 생긴다. 앓느니 죽는다지만 ‘말’ 때문에 죽을 수는 없으니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글 · 보통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