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영화 “히든 피겨스”에서 발견한 설득의 기술

사람이 살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는다. 가족 간에도 갈등을 겪는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에서야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갈등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인간관계가 끈끈해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설득의 중요성을 설파한 책들이 시중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

난 그런 기술서인지 개발서인지는 읽어보질 않아 잘 모르지만, 언젠가 봤던 영화를 통해 설득은 기술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게 설득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던 영화가 ‘시어도어 멜피(Theodore Melfi)’ 감독의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이다.

이 영화는 ‘마고 리 셰털리(Margot Lee Shetterly)’의 논픽션 “히든 피겨스: 미국의 우주 경쟁을 승리로 이끈, 천재 흑인 수학자 이야기”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인데, 설득의 교본과 같은 장면이 특히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1960년대 인종 차별과 성차별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은 세 여성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메리 잭슨의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세 여성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변화를 끌어내는 고도의 ‘설득 기술’을 보여주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메리 잭슨의 법정 설득 장면은 ‘설득의 정수’이다.

메리 잭슨이 상대의 ‘자부심’과 ‘최초’라는 가치를 공략한 방법

메리 잭슨은 나사의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다. 나사에서는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백인들만 입학 가능한 햄프턴 고등학교에서 엔지니어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운다.

이미 수학과 물리학 학위를 가지고 있던 메리는 “또 결승점을 옮기는군” 하며 한숨을 짓지만, 나사의 부당함에 굴하지 않고 법원에 ‘햄프턴 고교 수강 청원’을 하고 판사를 설득한다.

메리는 이때 판사를 설득하는 방법으로 ‘인종 차별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대신, 판사의 개인적 가치와 역사적 자부심을 건드리는데, 법정에서의 대화는 이렇게 진행된다.

“흑인 여성이 백인 학교에 왜 가려는 겁니까?”

“판사님은 가문 최초로 군에서 복무하셨습니다, 해군에서. 대학도 최초로 들어가셨죠, 조지 메이슨 대학. 그리고 주지사 3명이 연속 재임명한 최초의 주 판사입니다.”

“조사 좀 했군요. 요점이 뭡니까?”

“요점은 버지니아주 흑인 여성 중에 백인 학교에 입학했던 사람은 없다는 거죠. 전례가 없습니다.”

“전례가 없죠.”

“앨런 셰퍼드가 로켓에 타기 전엔 우주로 나갔던 미국인이 없었습니다. 이제 그 이름은 최초로 우주에 나간 해군 파일럿으로 영원히 기억되겠죠. 그리고 저는 나사의 엔지니어가 될 계획입니다. 하지만 백인 학교의 수업을 듣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피부색을 바꿀 수도 없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최초가 돼야 하지만 판사님 없이는 불가능하죠. 판사님, 오늘 보시는 많은 재판 중에 100년 뒤 기억될 재판은 뭘까요? 어떤 판결이 판사님을 최초로 만들까요?”

(잠시 침묵)

”야간 수업만 허락합니다. 잭슨씨!“

메리 잭슨은 판사에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최초의 판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는 판사에겐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결국 ‘자부심’과 ‘최초’라는 가치를 도구로 활용한 결정적 기술로 승소를 할 수 있었다.

영화에는 메리 잭슨 말고도 ‘미래기술 선점’과 ‘팀 연대’라는 핵심 전략으로 흑인 최초로 주임이 된 ‘도로시 본’이나, 데이터의 정확성과 효율성 등 논리와 실력을 앞세워 차별의 벽을 뚫고 나사의 핵심 인력이 되는 캐서린 존슨 이야기도 있는데, 이들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감동과 큰 깨달음을 준다.

글 · 보통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