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부정선거 이야기는 의혹 제기인가 음모론인가?

“투표는 국민이 하지만 결정은 서버가 한다”

세간에는 별별 말이 떠도는 법이지만 지금의 말은 예사롭지 않다. 이런 말이 시중에 떠돈다는 것은 선거에 의혹을 가진 사람이 다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되고, 이는 선거를 부정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에 그렇다. 부정한 선거는 선거를 부정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시민은 선거를 통해 지지하는 정책이나 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얻는다. 그렇기에 선거는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써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중에는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이런 주장을 음모론이라고 받아치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것은 ‘한 점의 의혹도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선거 논란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과연 부정선거 거론은 정당한 의혹 제기일까 음모론일까?

우선, 부정선거라고 의혹을 제기하는 쪽의 주장을 단순화해보면 ‘전자개표’와 ‘사전투표’에서 문제가 있다고 한다. 개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전자개표, 그리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사전투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개표의 효율성이나 투표율 향상이라는 것도 신뢰성이 담보될 때나 의미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한편, 부정선거 주장은 음모론이라는 쪽의 주장은…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대법원이 판결로 부정선거는 없다고 했는데 부정선거 운운하는 것은 음모론이다”라는 것이다.

‘의혹’과 ‘음모’는 무언가 숨겨진 진실이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근거의 존재 여부와 사고의 방향성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의혹은 객관적인 사실이나 정황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때 생기는 합리적인 의심이고, 음모는 특정 목적을 위해 비밀리에 꾸민 모의로 사건 뒤에 배후 세력이 존재한다고 믿는 체계적인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의혹은 의심이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데, 음모는 신념에 따라 ‘답’을 정해놓고 시작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굳이 부정선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합리적 의심이 드는 정당한 의혹이 제기되고 이에 동의할 수 없으면 반박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반박이 아니라 “그것은 음모론이야”라고 반응한다면, 이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하물며 논쟁의 주제가 신뢰감이 무엇보다 중요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 관한 이야기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논쟁을 회피하는 좋은 수단이 음모론이란 딱지이다.

‘확정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라는 뜻이다. 그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들을 뿐 그 외의 이야기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이 확정편향이다. 인간은 대체로 확정편향을 가지고 있는데 과학자나 법조인같이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는 전문가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끝장 토론으로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 판단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인데,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 것은 한쪽이 평소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음모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날이 샜다고 볼 수 있다. 확정 편향성을 띠는 사람에게서 제대로 된 대화를 기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의혹 제기’이든 ‘음모론’이든 단어의 정의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털 수 있는 것은 터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아닐까? 외계인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자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지난 선거를 톺아봐서 부정선거 논란이 정당한 의혹 제기인지 불순한 음모론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이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글 · 윤보통|a.k.a. 보통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