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작 뉴턴은 그의 저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사람들이 칭찬하자,
“내가 멀리 보았다면 그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이 말은 뉴턴의 위대함과 그의 겸손함을 표현할 때 많이 인용되면서 그의 명언으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이 말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처럼 뉴턴이 맨 처음 한 말이 아니라 당시에 널리 알려져 있던 말을 뉴턴이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이 뉴턴의 명언처럼 전해지는 이유는 우리가 300년 이상 뉴턴이라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고 있었기 때문이지 싶다.
나는 항상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고 싶어 애를 쓴다. 딸에게도 뉴턴의 이 얘기를 해주며 우리가 거인의 어깨를 빌리는 방법은 현실적으론 독서뿐인데, 거인이라고 다 같은 거인은 아니니까 책을 읽더라도 잘 선별해서 읽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역병이 전 세계로 번지며 바깥 활동이 제한적이었을 때부터 경제 공부 삼아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쌈짓돈으로 하는 심심풀이 정도여서 결과에 따라 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나거나 줄어들거나 하지는 않고, 그저 튀긴 닭 한 두어 마리 값 정도의 돈을 벌었다가 잃었다가 할 정도이다.
초기엔 초심자의 행운이 작용했는지 조금의 재미를 보기도 했지만 이내 손해가 생기기 시작해서 한동안 통닭 사 먹을 일이 없었다. 내가 시장에 진입한 시기가 막 상승세를 끝내고 하락장으로 접어들 때였는데 그런 사실을 몰랐던 나는 그저 공부가 모자란 탓이거니 했다.
그때부터 이쪽 계통의 옛 거인들을 찾아다녔다. 앙드레 코스톨라니, 피터 린치 등을 알게 된 것도 이때쯤이었는데 나름 제반 지식을 쌓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달걀 설명은 해당 종목이나 산업의 사이클을 이해하도록 해주었고, 피터 린치는 장기투자의 장점과 종목을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자신이 잘 이해하고 아는 종목에만 투자하라는 조언은 누구나 새겨들어야 할 금과옥조와 같다.
나름대로 어느 정도 학습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투자는 여전히 신통하지 못했다.
“I can calculate the motion of heavenly bodies, but not the madness of men.”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하지 못하겠다.”
주식투자로 큰 손해를 본 아이작 뉴턴이 오죽하면 이런 말을 했을까. 결국 주식의 방향은 계산으로 예측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란 사실만 확인한 셈이다. 주식 거인들의 조언은 도움은 됐지만 결국 실행하는 것은 본인이니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마음이 아닌가 싶었다.
그때부터 보법을 달리했다. 거인들의 조언은 염두에 두되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주식 관련 서적은 읽지 않았다. 대신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이나 고전으로 교양을 쌓으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시적인 예리함 보다 거시적인 안목을 기르려 노력하다 보니 느긋해지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러다 보니 통닭 한두 마리 값은 쉽게 벌었다.
어느 날, 내가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를 정리해야겠다고 혼잣말처럼 했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딸이 한마디 한다.
“얼마에 팔 거야?”
“왜?”
“나도 팔려고.”
“……”
가만 생각하니 그동안 녀석은 나를 줄곧 따라 했었다는 생각이 났다. 주식엔 전혀 관심도 없던 녀석이 아빠가 시작하니 같이 시작했고, 어떤 종목을 사면 따라서 사고, 팔면 같이 팔았다. 다른 점은 나는 어떻게 거래할 것인지 엄청나게 고민하는데, 녀석은 그런 고민은 일절 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번에 삼성전자를 판다고 할 때도 왜 파는지 묻지도 않았다. 팔고서 다른 종목을 사는지도 전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말본새로 봐서 철저히 따라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네가 이유가 있어서 파는 걸 텐데 금액은 스스로 결정해야지.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대표종목인데 파는 이유가 있어?”
나는 환율상승의 시대에서 말한 바와 같이 “환율상승이나 국제정세를 보건대 국내 증시는 한동안 재미없을 것 같아 떠나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라는 식으로 한바탕 교육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물었다.
“아빠가 판다고 하니까.”
허무할 만큼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잠시 혼미해진 마음을 가다듬고 녀석에게 인생을 왜 그렇게 사냐고 물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야지 그렇게 쉽게 살려고만 하면 되겠냐고 나무랐다. 그리고 녀석의 대답을 듣곤 말문을 닫고 말았다.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라며!”
명언에 하자가 있는 건지,
전해준 사람이 헐렁한 건지,
받아들이는 놈이 삐딱한 건지.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였다.
보통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