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위기라고 쓰고 기회라 읽으라고? 위기라는 단어의 색다른 해석 1 bull](https://www.thebotong.com/wp-content/uploads/2026/04/bull.webp)
위기, 위험한 고비나 시기.
위기는 영어로 crisis, 한자로 危機라고 쓴다. crisis는 영어이니 그렇다 쳐도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위기는 약간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위험할 위危’ ‘기회 기機’ 위기.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사람들이 앞에 있는 위험보다 뒤에 붙은 기회에 더 집중함으로써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저명한 인사들이 펴낸 책들이 위기를 설명하면서 ‘위기란 위험의 뜻이지만 기회도 같이 있다’라는 식으로 살짝 뒤쪽에 힘을 주는 듯한 뉘앙스를 풍김으로써 위험은 희석이 되고 기회가 오히려 부각이 되는 효과가 더 커진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에 환율상승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주가의 상승을 우려한 바 있다.[참고] 당시 코스피 지수가 5,000P 돌파를 목전에 뒀을 때였다. 코스피는 나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수 5,000P를 가뿐하게 통과하고는 이제 6~7,000P에 도달할 것이냐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코스피가 상승한 것은 다행이지만 나의 걱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그렇게 막으려 애쓰던 1,480원을 훌쩍 넘어 1,500원을 넘겼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란 전쟁 문제는 현재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율 문제에 비하면 이란 전쟁은 오히려 걱정이 덜 된다. 전쟁은 전 세계가 함께 걱정할 문제이지만, 환율은 오롯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니까. 환율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정부도 방법이 없는지 방치하듯 손을 놓고 있다는 느낌이다. 제대로 된 대응은 고사하고 오히려 돈을 풀어 환율 방어에 숭숭 구멍을 내고 있으니 그저 아연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여러 매체에 나와서 얘기하는 투자분석가와 경제 유튜버들은 지금의 상황이 평상시와는 다르다면서도 곁들이는 말이 ‘지금이 기회’라는 말이다.
이들이 으레 하는 말은 세계적인 공황 때나 우리가 IMF를 겪을 때 새로운 부자들이 많이 탄생했다는 이야기와 최근 팬데믹 때 과감하게 투자를 한 사람들이 엄청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얘기를, 그래프를 보여주며 속삭이면 순간 귀가 솔깃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지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부자가 될 수 없다”라는 말에서 “마감 임박”을 외치는 쇼핑호스트가 연상되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코스피의 대장주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빠져나가 4월 9일 종가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48.64%이다. 이는 지난 2013년 9월(48.35%) 이후 약 1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은 연일 팔아치우며 국장을 떠나는데 그 모든 물량을 개미들이 다 받아 내고 있다. 얼핏 확인한 개미들의 빚투 규모도 상당한 규모였다. 결코 범상한 상황은 아니다.
물론 위험만 강조해서 공포심을 조장하기보다는 기회도 함께 있다는 메시지도 같이 줌으로써 위기를 극복하자는 뜻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환율이 하늘 높은 줄만 알고 치솟아 내려올 줄 모르는데도 앞으론 더 좋아질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치는 이들을 보면 어떤 목적성이 느껴져 경계심이 생긴다.
다시 얘기하지만, 위기란 ‘위험한 고비나 시기’이다. 위험에서 ‘위’를 가져오고, 시기에서 ‘기’를 가져와서 ‘위기’라고 이해하면 여유를 가지고 제대로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설령 한자 풀이로 기회에서 ‘기’를 가져오더라도 위험을 넘겨야 기회가 오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글 · 윤보통|a.k.a. 보통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