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실수를 풍경으로 바꾸는 사람, 밥 로스

Bob Ross
생전 수많은 어록을 남겼던 밥 로스가 출연한 방송의 한 장면.

밥 로스를 처음 본 사람들은 대개 그의 그림보다 목소리를 먼저 기억한다. 낮고 조용한 말투, 서두르지 않는 손짓, 그리고 캔버스 위에 산과 숲을 만들어 내는 느린 붓질. 그는 늘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 여기에 작은 나무 하나를 넣어볼게요.”
“Let’s put a little tree right here.”

밥 로스의 말을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느슨해진다. 세상에는 결과를 재촉하는 말들이 너무 많은데, 그는 그림 속 나무 하나를 두고도 천천히 시간을 들였다. 어쩌면 사람들은 풍경화를 보기 위해 그의 방송을 시청한 것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조급함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밥 로스는 느긋해 보이지만 그의 삶이 처음부터 그렇게 평온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젊은 시절 미 공군에서 오랫동안 복무했다. 군대에서 그는 늘 누군가에게 명령하고, 소리를 지르고, 규율 속에서 살아야 했다. 훗날 그는 그 시절 자신이 늘 화를 내야 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대한 뒤에는 두 번 다시 남에게 소리 지르며 살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기억하는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타고난 성격이라기보다, 스스로 선택한 삶의 태도에 더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밥 로스의 말들은 단순한 방송용 멘트로 들리지 않는다. 특히 그가 가장 자주 하던 말은 이상할 정도로 오래 남는다.

“실수는 없어요. 그저 행복한 사고만 있을 뿐이에요.”
“There are no mistakes, just happy accidents.”

밥 로스는 캔버스 위에 물감이 번져도 당황하지 않았다. 삐끗한 선이 생기면 나무를 더 그리고, 어두운 얼룩이 생기면 그 위에 산맥을 올렸다. 보통 사람들은 실수를 지우려 하지만, 그는 실수를 풍경 안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실패를 감추려는 흔적이 없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자국들이 새로운 풍경이 된다.

생각해 보면 삶도 비슷하다. 우리는 언제나 완벽한 밑그림을 원한다. 실수하지 않는 선택, 후회하지 않을 관계, 계획대로 흘러가는 미래를 바라며 살아간다. 하지만 실제 삶은 늘 번지는 물감처럼 움직인다. 예상했던 색은 달라지고, 선은 틀어지고, 지우고 싶은 흔적들이 남는다. 그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캔버스를 망쳐버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밥 로스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는 실수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그 안에서 새로운 풍경을 찾았다. 그것은 단순한 그림 기술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중요한 건 한 번도 틀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번진 자국 위에 다시 붓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는 또 자주 말했다.

“당신의 세계니까, 원하는 걸 무엇이든 넣을 수 있어요.”
“This is your world. You can do whatever you want in it.”

이 말은 단순한 격려 같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꽤 낯설다. 우리는 자기 삶을 살아간다고 믿으면서도 사실은 남들이 좋아할 풍경을 따라 그릴 때가 더 많다. 실패하지 않을 색깔, 안전한 길, 너무 튀지 않는 모양의 인생. 하지만 그의 그림 속 풍경은 현실과 조금 달랐다. 지나치게 고요한 호수, 과장될 만큼 웅장한 산, 안개처럼 흐릿한 숲. 그것들은 실제 자연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오래 바라온 평온함에 가까웠다.

그래서 사람들은 밥 로스의 그림보다 그의 분위기를 더 기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경쟁을 말하지 않았고, 누구보다 잘 그려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았다. 대신 큰 나무 옆에는 작은 나무도 필요하다고 했고, 밝은색은 어두운색이 있어야 더 빛난다고 말했다. 그의 세계에서는 어설픈 붓질조차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세상은 끊임없이 결과를 요구하지만, 그는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 시대에 그의 영상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빠르고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 천천히 말하는 한 화가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잠들기 전에 그의 목소리를 들었고, 누군가는 지친 밤에 그의 그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림을 배우기 위해서라기보다, 잠시라도 마음이 거칠어지지 않는 시간을 얻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밥 로스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실수는 없어요. 그저 행복한 사고만 있을 뿐이에요.”라고 하던 그의 말을 기억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 말을 그림 이야기로 듣지 않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지나간 실패를 떠올리며 그 말을 듣고, 누군가는 이미 엉망이 되었다고 생각한 자신의 삶을 떠올리며 그 말을 듣는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남아 있는 이 흔적들도 언젠가는 다른 풍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아마 그것이 사람들이 아직도 밥 로스를 잊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는 단지 그림을 가르친 사람이 아니라, 망쳐진 것 같은 삶에도 다시 색을 올릴 수 있다고 믿게 만든 사람이었으니까.

소하|Edit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