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작가 문장 속의 심란함 1 gakiya miu](https://www.thebotong.com/wp-content/uploads/2026/01/gakiya_miu.jpg)
심란하다. 시절이 어수선해서인지 온통 심란한 일뿐이다. 이렇게 심란한 일만 가득한 가운데 제대로 심란한 일이 생겼다. 가키야 미우 작가의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라는 작품에 들어있는 문장이 일으킨 파문이다.
소설, 그러니까 허구일 뿐인 책 한 권에 심란하다니 웃기는 일이긴 하지만 실상이 그러하니 스스로 생각해도 지금의 상황이 적응 안 된다. 심란함의 실마리가 된 가키야 미우 작가의 “70세 사망법안, 가결” 속 문장은 이렇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예외는 왕족뿐이다. 더불어 정부는 안락사 방법을 몇 종류 준비할 방침이다. 대상자가 그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한다.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 법안이 시행되면 고령화에 부수되는 국가재정의 파탄이 일시에 해소된다고 한다. 그리고 시행 1차 연도의 사망자 수는 이미 70세가 넘은 자를 포함해서 약 2,200만 명, 2차 연도부터 해마다 150만 전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년간 이 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 여파로 연금제도가 붕괴했으며, 국민 의료보험은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다. 나아가 장기 요양 보험의 인정조건이 점차 까다로워졌음에도 재원은 충당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예견하고 있던 일이지만, 이 법안은 전 세계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인권침해의 극단적인 예로, 종교단체는 물론 각국 의회에서도 법안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이탈리아와 한국 등은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태도이다. 한편, 중국의 경우 장기간에 걸친 산아제한 정책의 영향으로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빨라, 노령인구가 인구의 20퍼센트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구의 20퍼센트면 이 나라 총인구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그 때문에 중국 정부가 이 법안이 앞으로 어떻게 시행될지를 주시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후 이 나라는 식량 사정이 급속도로 좋아졌으며 의료 환경도 개선되었다. 그 덕분에 날로 평균수명이 늘어났다. 과연 장수는 인류에게 행복을 초래했는가.
원래 같으면 축복받아야 할 장수가 국가재정을 압박하는 원인이 되었음은 물론, 병시중을 드는 가족의 인생을 짓밟는 측면도 있음을 이제 부정할 수 없다. 앞으로 전 세계가 이 논제로 격론을 벌이게 될 것이다. 이 법안은 2년 후 4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주간신보》 2020년 2월 25일
70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죽어야 하는 법안이 가결되었다는 주간신보의 기사로 가키야 미우의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시작된다.
70세가 되면 강제적으로 죽어야 한다니 이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사회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자 붕괴한 연금제도와 바닥을 드러낸 의료보험 재정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타파하고자 정부에서 이런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자 여러 언론매체에서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을 등장시켜 호들갑을 떠는데, 이 법안이 시행되면 국가재정 파탄이 일시에 해소된다며 정부는 대국민 홍보전을 펼친다.
어차피 법안은 통과된 것, 사람들은 70세 사망법안을 받아들인다. 원래 인간이란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 앞에서는 억지로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살 만큼 살았더니 이제 사는 것이 지겹다.”
“내가 죽음으로써 자식들이 행복할 수 있다니 그것도 좋은 일이지.”
이야기는 운신을 못 하는 시어머니를 봉양하는 며느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줄기로 하고, 각각의 가족 구성원이 안고 있는 사연들을 가지로 하여 전개되는데, 결국,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일으키는 각종 문제, 이를테면 노인 부양문제, 취업문제나 노동, 환경 등 모두 담고 있다.
작가가 일본 사람이고 배경 역시 일본이지만, 이 소설이 설정한 환경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임여성 한 명당 출산율 0.8명인 우리나라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확히 2067년이 되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가 된다고 통계청이 밝힌 바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줄고 노년층이 급증하여 절반이 일해서 절반을 부양하는 국가가 된다고 한다.
환율이 기이할 정도로 상승하는 등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지금 우리의 상황을 생각하면 소설 속 설정이 예사롭게 읽히지 않는다.
실현 가능성 제로인 소설 속의 설정일 뿐이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을까? 어느 미친 집단이 정권을 잡고서 이런 유사 법안을 만든다면 “그따위 미친 짓 집어치워라.”라고 모든 국민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먼 역사 속의 이야기는 차치하고 가까운 시간만 더듬어 보면 우리가 한목소리를 낸 적은 2002 월드컵 시즌에 ‘대한민국’을 외치던 때와 IMF를 맞아 ‘금 모으기’를 할 때처럼 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 외는 모든 사안마다 분열하고 대립하는 갈등의 역사였다.
달을 가리키는 손을 두고서 “왜 달을 안 보고 손가락을 보냐”고 나무란다. 그래서 손가락을 안 보고 달을 봤더니 “왜 손가락을 안 보고 달을 보냐”고 빈정거린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내로남불’이라는 한글과 영어와 한자가 섞인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나는 뭐든지 옳고, 맞고, 선(善)이지만, 너는 뭐든지 그르고, 틀리고, 악(惡)이라고 한다. 내 편이 하는 말은 여론이고, 너희가 하는 말은 가짜뉴스가 되는 지금의 현실이 나를 심란하게 한다.
자신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인 양 나이 든 사람을 ‘틀딱’이라며 비하하는 사람들이 나를 심란하게 한다. 젊은이가 늙은이 되는 거 한순간인데, 하루살이에게 매미의 삶을, 매미에게 개구리의 삶을 알려준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자각이 나를 심란하게 한다.
무엇보다 심란한 것은 나이 든 사람들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생각을 언제인가부터 내가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동생 그리고 조카들 이렇게 4대가 한집에서 지내는 대가족 속에서 살았다. 그때 할머니는 “내가 빨리 죽어야 하는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자 어머니가 이어받아 “내가 죽어야 너희들이 사는데”라는 말을 수시로 하셨다. 그때 우리 집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그때 할머니와 어머니의 “죽어야 하는데”라는 말은, 가난한 살림에 자신의 입하나 덜어 자식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려는 뜻과 가난한 형편에 자식에게 짐이 된 것 같은 미안함에서 나오는 한탄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를 심란하게 하는 “나이 든 사람의 죽음”은 할머니, 어머니의 한탄과 달리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다 보니 나오는 일종의 호소에 가깝다.
나의 바로 윗세대는 전란의 어려움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여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든 분들이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이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자”라는 표어이다. 이때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로, 세계 경제순위 109위였다.
이분들이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 일궈낸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그분들의 자식 세대가 이끌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해있다. 가키야 미우 작가의 문장 속 여러 가지 문제들에 이념 문제까지 더해져 흡사 급류에 휩쓸린 돛단배와 다를 것이 없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다행인 것은 지금 젊은 세대들은 믿을 만하다는 사실이다. 주입식 교육만 받아온 기성세대에 비해 이들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프로파간다(Propaganda)’가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순간에 국가를 위기로 몰아간 지금의 어른세대가 어떤 방식으로든 물러나면 이들 젊은 세대들이 나라를 잘 운영하리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심란하다.
그들의 부모세대인 우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나만 살고, 생각이 다른 너는 죽으라고 할 수 없으니, “우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가키야 미우 작가의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묵직한 울림이 있는 작품이지만, 일본 특유의 가벼운 묘사와 문체로 인해 술술 읽힌다. 오래전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소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이야기 속의 뜻을 헤아리며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 보통아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