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대방의 말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건 명석함이고,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건 지혜로움이다.”
어디선가 봤던 문구이다. 그냥 “말조심하라”라고 하면 될 것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도 있다니, 역시 말보단 글이 멋지다. 딴엔 이 문장이 마음에 들었던지라 한 번씩 이 문구를 되뇌며 매사 지혜롭게 처신하려고 노력하지만 참 쉽지 않다. 그런데 또 명석하지도 않으면서 지혜롭지 못할 주제를 꺼내려니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도 이번엔 2년 가까이 참았으니 오래 참았다 싶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책 이야기다.
오늘 이야기는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보게 된 한 유튜브가 계기가 됐다. 어느 국제 부부가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한국인 남편이 K-Pop 덕분에 한국을 좋아한다는 처제에게 선물로 한강의 책을 내민 것이 발단이었다.
“이거 노벨상 받은 작가의 책이야.”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책을 내미는 그의 행동엔 당당함이 묻어 있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쓴 대단한 책을 선물하는 것이라는, 노벨상이라는 권위에서 빌려온 자긍심 같은 감정이 전해졌다. 다시 말하거니와 절대 그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영상을 시청한 느낌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권위 편향적인 느낌이랄까.
형부는 중학생 어린 처제에게 한강의 소설이 훌륭해서 선물했을까, 노벨문학상을 받는 작가의 소설이라 선물했을까. 아니, 읽어 보기는 했을까? (이건 나의 우문이다. 읽어 보고 좋았으니 선물했겠지.)
책 선물은 참 의미 있는 일이다. 나 역시 선물을 할 일이 있으면 책을 제일 먼저 떠올리고, 책 선물 받기를 좋아한다. 책은 그 가치에 비해 금액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마음이 편하다. 그러니 가벼운 선물을 주고받는 날에 책을 선택한 그의 선택은 탁월했다.
다만 책을 선물할 때는 주의해야 할 점 또한 있으니, 책의 장르와 수준이 상대방과 잘 맞도록 가늠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격이 어긋나면 상대에게 목욕값을 줄 수도 있다.
한강의 소설은 그가 유명하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그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몇 권 읽었던 적이 있다. 그때의 나의 감상평은 ‘영~ 아니올시다’였다. 재미도 없고, 교훈도 없고, 몰입감도 떨어져서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여간 잘 썼다거나 내용이 좋았다는 느낌이 없었던 소설들을 쓰던 한강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니 축하할 일이다. 한강이 노벨상을 받은 것에 딴지를 걸 마음도 없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다. 자신의 새끼가 밖에서 인정받으면 기분이 좋은 부모의 마음으로 그의 성취를 축하한다.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박했던 것은 그저 나의 문학적 소양이 지극히 낮아서 노벨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작가의 작품을 못 알아본 탓이다.
다만, 한강의 책이 노벨상 수상 전후로 평가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도 좋았고, 노벨상을 받은 후에도 좋았다면 문제없다. 그렇지만 처음엔 별로였는데 노벨상을 받고 난 뒤에 보니 좋더라. 라고 하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고 나서 혹시 내가 놓친 것이 있나 싶어 다시 휘리릭 읽어봤다. 나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집필했는지는 알 것 같았는데 별로 바람직한 느낌은 아니었다. 이런 식이라면 나의 안목은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높아지지 않을 것 같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 갑자기 그의 책을 구하기 힘들어졌다. 덕분에, 책장에 있던 그의 책은 버리지 않고 중고 거래로 잘 처분할 수 있었다. 법정의 책도 그렇게 처분했는데 뒷맛이 씁쓸했다. 내용이 좋아서가 아니라 어떤 사건을 계기로 반향이 일어나는,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그저 좋다고 따라가는 현상, 밴드왜건 효과. 우리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중학교 때 은사님 가운데 사회 선생님은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몸이 안 좋으면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냥 조용히 엎드려 있거나 자라고 했다. 그 후 사회시간만 되면 꼭 한두 명은 엎드려 자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 선생님은 꼭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파서 누웠냐, 누워서 아프냐?”
한강의 소설, 훌륭해서 노벨상을 받았을까, 노벨상을 받아서 훌륭할까?
보통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