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선거운동 기간이다. 6월 3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판을 보고 있으면, 문득 대한민국에 ‘국가’는 사라지고 ‘동네’만 남은 듯한 착각이 든다. 나라의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을 뽑는 자리인데,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지방의원이나 구청장의 공약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거리마다 걸린 현수막과 유세차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차분히 뜯어본다. “OO 복지관 건립”, “우리 동네 도로 확장”, “지역 숙원 사업 해결” 등 온통 지역 개발 공약뿐이다. 물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과연 이것이 대한민국 입법부의 일원을 뽑는 선거에서 전면에 나설 공약인가. 이건 국회의원이 아니라 ‘예산 브로커’를 뽑는 듯한 풍경이다. 우리는 지금 명백한 ‘역할의 비정상’을 목격하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는 저마다의 무대와 본질적인 역할이 있다. 시장, 구청장과 지방의원(시·구의원)의 무대는 ‘해당 지역’이다. 이들은 주민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림살이를 도맡고, 지역 민원을 해결하며 동네 발전을 위해 헌신하라고 뽑는 사람들이다.
반면, 국회의원의 무대는 ‘국회’, 즉 ‘대한민국 전체’다. 국회의원은 헌법 제46조가 명시하듯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는 ‘국가의 대표’다. 나라의 법률을 제정·개정하고, 정부의 예산을 감시하며, 거시적인 국가의 미래와 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그들의 본령이다.
그럼에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들마저 국가적 어젠다는 실종시킨 채 오직 ‘지역 이기주의’에 편승한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왜 구청장이나 시의원이 해야 할 동네 복지관이나 도서관 건립을 약속하고 다니는가. 이는 명백한 주객전도다.
이러한 비정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치인들에게는 국가의 거창한 미래나 법안 이야기보다 “동네에 지하철역을 뚫어주겠다”라는 자극적인 약속이 당장 표를 얻기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유권자들 역시 국회의원을 ‘우리 동네 예산 따오는 민원 해결사’ 정도로 취급하며, 지역 이익을 얼마나 뜯어오는가로 능력을 평가해 온 책임이 있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과 유권자의 지역 이기주의가 맞물려 선거의 본질을 흐려놓은 것이다.
이제는 이 비정상의 고리를 끊고 본질을 보아야 할 때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확성기 너머의 목소리를 준엄하게 가려내야 한다. 구청장과 지방의원은 진짜 우리 지역을 위해 땀 흘릴 일꾼을 뽑고, 국회의원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키를 잡고 미래 법을 만들 재목을 뽑아야 한다.
자기 계급장이 무엇인지조차 망각하고 동네 공약만 늘어놓는 국회의원 후보가 있다면, 유권자의 매서운 한 표로 ‘정치의 본질’을 똑똑히 가르쳐주어야 한다. 국가 없는 국회의원은 존재할 수 없으니까.
보통아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