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3일은 지났지만, 이날 실시된 6·3 지방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전국 140곳의 투표장에서 투표를 못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탓이다. 이젠 투표도 선착순으로 해야 하는 것인가.
애초 투표용지가 부족한 곳이 14곳이라 알려졌지만, 50곳으로, 67곳으로, 91곳으로, 다시 140곳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선관위는 투표를 못 한 유권자가 있음에도 개표를 시작하여 당선자를 발표하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여 이번 사태를 키웠다.
선거운동 기간 중 평택을에 출마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토론에서 “고양이가 생선 맛을 봤는데 그냥 넘어가겠습니까?”라는 발언한 적이 있는데, 새삼 이 발언이 떠올라 영 뒷맛이 고약하다.
사실 이번 사태는 천재지변 같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자초한 면이 크다. 예전에 ‘부정선거 이야기는 의혹 제기인가 음모론인가?’라는 글을 통해 밝힌 바 있지만, 이번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려하는 마음이 컸었다. 부정선거 의혹이 꾸준하게 제기되었음에도 음모론일 뿐이라는 이들의 반발에 밀려 의혹을 털어내지 못한 탓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학생들의 궐기로 현재 잠실에는 많은 시민이 모여 ‘잠실 민주화운동’이 진행 중이다.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사안별로 나눠 복기하는 마음으로 다시 살펴본다. 제2의 4·19로 불리는 잠실 민주화운동이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면서.
폭력적인 복면 경찰
사건의 발단은 서울 송파구의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시작되었다. 투표 당일 투표용지가 부족해져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만 밤 10시까지 투표를 마감하면서 시작되었다. 일부 유권자와 시민들은 “선관위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밤샘 대치 끝에 약 35시간 만에 경찰이 물리력으로 투표함을 반출한 것이 불씨가 되었다.
투표함을 반출하는 과정에 투표함을 막아서는 주민을 경찰이 폭행하는 일이 있었다. 복면을 한 경찰이 입구에 서 있던 할아버지를 넘어뜨려 끌어내는가 하면, 투표함 반출을 막아서는 주민을 무자비하게 폭행하였는데 그 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다른 경찰이 저지해야 할 정도였다.
사실 경찰의 폭력성은 계속 논란이 되고 있었다. 그동안 애국 집회를 해산하는 과정에 투입되는 경찰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용역들이 섞여 있다는 소문은 진즉에 있었다.
한국 경찰은 2024년 5월 한국경찰청장이 중국 공안부를 방문해 1996년 체결됐던 경찰 협력 MOU를 개정하여 초청 연수 등 인적교류를 이어오고 있었다. 경찰의 폭력성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던 시점과 공교롭게 일치하는데, 아마 소문은 이런 사실에서 발단된 것일 수 있다.
사실 경찰은 특공대처럼 특별한 임무 중이거나 코로나 방역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얼굴을 가리고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에도 두건과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는데, 사전에 작정하고 출동했다는 의혹이 있다.
“경찰이 복면을 쓰는 것이 ‘복무지침’에 맞습니까?”라는 주진우 의원의 질문에 경찰청장 대행은 “햇빛이 많이 있어서”라는 궁색한 답변을 하여 주변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건설 현장의 인부들에게 햇빛 운운하면 욕먹기 십상이다. 햇빛이 무서우면 경찰을 안 했어야지.
우리나라에선 예전부터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 불렀다. 하지만 중국과 MOU를 하며 가까이 지내고부터 지팡이는 몽둥이로 바뀌었다. 지팡이든 몽둥이든 그것은 경찰이 자초한 일이다. 상 받을 일을 했으면 상을 받고, 책임질 일을 했으면 책임지면 될 일이니까. 문제는 경찰복을 입었으면 복면부터 벗어야 한다. 복면이란 강도처럼 수상한 사람들이나 사용하는 것이니.
시민을 시위대라 부르는 기성 언론
이번에 참정권을 침해당한 사건을 보도하는 기성 언론의 보도 행태는 가관이었다. 그들은 투표함 반출을 막는 시민을 차마 ‘극우’라고는 부르지 못하고 시위대라 부르며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기 바빴다.
‘시민’이라는 단어는 정당성을 포함한 말이다. 반면 ‘시위대’라는 단어는 갈등의 이미지를 동반한다. 같은 집단이라도 어떤 위치에서 말해지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문제는 이 구분이 객관적인 설명이라기보다, 이미 특정한 시선과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실제로 누구인가 보다, 누구에 의해 어떻게 불리는가이다. ‘이름’ 붙이기, 그들의 언어로 딱지 붙이기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정당성과 불법성을 가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시민과 시위대를 가르는 기준은 존재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그 기준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 우리는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선택된 이름을 통해 사건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성 언론의 편향성이야 “당신이 본 뉴스는 진실인가?”라는 통해 피력한 바 있지만, 이번 딱지 붙이기는 핀트가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다. 몇천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시민들을 뻔히 보면서도 “백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 있습니다.”라고 보도하던 여기자의 얼굴에서 암울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본다. 그냥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기자 본인도 부끄럽지 않았을까.
mbc는 시민들에게 조롱받으며 쫓겨났고, kbs 여기자는 잠실에서 아주머니를 밀쳐 주민들에게 혼나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빠져나갔는데, 언론이 왜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있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없는 사실을 보도하거나 왜곡해서 보도하는 것이 언론인가. 말한다고 들어 처먹지도 않겠지만, 이번 사안은 좌도 우도 아닌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이 침해당한 일이다. 너희가 그렇게도 우려먹던 ‘민주주의’가 손상된 일이다. 아직도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이 안 되나.
프락치 또는 엔추파도스의 준동
‘잠실 민주화운동’에서 무엇보다 문제는 특정 진영에서 보낸 ‘프락치’의 준동이다. 처음 이들은 학생들 사이에서 교묘하게 집회의 성격을 변화시켰다. 그런데 어쩌면 이들은 프락치가 아닌 보수를 참칭하는 ‘엔추파도스’일 수도 있다.
이들은 성조기를 힘으로 빼앗고 다양했던 구호를 ‘재투표’라는 단일 구호만 외치도록 유도했다. 명분은 그럴싸하게, 정치색을 띠면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제법 일리가 있는 말이어서 동조하고 보니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렀다. 이들은 군중들 사이사이에서 반장 역할을 하며 사람들을 통제하려 시도했다.
흡사, 위중한 환자의 증세를 차츰 완화하며 병을 치료하는 것처럼, “부정선거 → 부실선거 → 재선거”로 시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려 사태를 수습하려는 간사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잠실엔 많은 학생과 일반 시민들이 모여 있는 곳. 이들의 집단지성은 이들의 계략을 간파하고, 구호도 라임에 맞게 일곱 마디로 만들어 외치기 시작했다.

부·정·선·거·재·선·거
당·일·투·표·수·개·표
부정선거를 ‘재선거’ 정도로 사태를 봉합하려 했던 프락치인지 엔추파도스인지의 계략은 이것으로 물거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역사 속 괴물 괴벨스, 여전히 취약한 우리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저들은 여전히 우리의 빈틈을 노린다.
각계각층 응원의 물결
‘잠실 민주화운동’이 알려지자, 전국 방방곡곡에서 각종 먹거리를 보내오는 등 성원의 물품이 잠실로 답지했다. 자식 같은 청년들이 배를 곯아가며 애를 쓰고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 아닐까.
청년들은 지금도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도서출판 열린생각 대표 김아연 작가가 SNS에 올린 청년들과의 저녁 식사 에피소드엔 이들이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지 잘 나타나 있다.
3일 내내 한숨도 못 잤다는 21살 청년을 저녁 한 끼 사주려고 삼겹살집에 데려갔더니 고기가 구워지는 잠깐 사이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잠이 드는가 하면 기도를 해달라고 해서 동행했던 목사가 기도를 시작하자 얼굴을 싸안고 흐느끼더니 끝내 울음을 터뜨리더라는 이야기다.
이심전심이라, 이런 사정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인지, 여기저기서 굶지는 말라고 음식을 보내고 있고, 그 와중에 냉난방 시설이 갖춰진 리무진 버스가 “미국에서 여러분들과 함께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달고 등장했다. 쉴 곳이 마땅치 않으니 잠시나마 쉬면서 기력을 충전하라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평소 사회 현안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정의로움을 실천하던 일부 연예인 등은 이번 ‘잠실 민주화운동’을 외면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그들의 평소 행동을 나름 ‘소신’이려니 생각했는데 이번 사태를 겪으며 그들은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무리
이번 사태를 대충 ‘재선거’만으로 마무리하자는 사람은 엔추파도스일 가능성이 많다. 재선거도 안 된다는 사람은 반국가세력의 일원임이 틀림없다. 헌법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참정권이 훼손당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좌를 지향하든 우를 지향하든 이번 ‘잠실 혁명’은 국가를 건강하게 만들자는 바람에서 시작된 일이니 이 일에서는 진영의 유불리는 따지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자 시민이 아닌가.
보통아재








